안타깝게도 두 마리 모두 경찰견 훈련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오더군요. 위에 링크된 기사에 있는 동영상은 그 아이들이 미국 경찰견 훈련을 시작했을 때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훈련 전에 염려되는 것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돗개가 흔히 한 사람만 따르는 성격이라고들 말하지만, 무척 영리하고 사회성도 좋아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던 것이죠.
기사에서는 그 두 마리의 탈락 이유가 '잦은 기분 변화(mood swing)' 탓이라고만 나와 있어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추측건대 여러 핸들러들의 손에 이끌려 다녀야 하는 상황이 진돗개들에게는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진도라는 섬마을에서 가정견으로 키워지던 진돗개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던 정보로는 '한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꼭 필요한 미덕이었을텐데 머나먼 이국 땅에서 요구했던 훈련은 전혀 다른 행동지침을 요구했겠지요. 한 명의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고, 임의로 바뀌는 핸들러의 지시에 따라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잦은 기분 변화로 보여지는 부산한 행동들을 그 아이들이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사댓글이나 관련 포스팅들을 읽다보니, 진돗개가 미국 경찰견 훈련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진돗개, 뭐 별거 아니잖아' 라든가 '역시, 진돗개는 저먼셰퍼드 만큼 똑똑하지는 않아' 등의 내용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제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진돗개가 저먼셰퍼드보다 열등한 것이라고 그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대바늘은 털실을 짜기에 더 적합한 것 뿐이고, 작은 바늘은 옷을 꿰메기에 더욱 적합한 것 뿐입니다. 서로 다를 뿐 우열은 없습니다. 경찰견의 업무를 하기에는 여러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성격이 필요합니다. 경찰견으로서의 자질이 평가되는 과정에서는 '사회성'이나 '일관성' 등의 지표를 중시했겠으나, 그것이 가정의 반려견을 평가하는 기준은 될 수는 없습니다. 평생 한 명의 주인과 함께 살 반려견에게 '여러 핸들러에게 복종할 줄 아는 능력'을 요구할 필요는 없지요.
불행히도 한 해에 유기견 숫자가 어림잡아 10만마리 라고 하니, 어쩌면 한 주인에게 복종하는 진돗개의 심성이 더이상 미덕이 아닌 세상을 우리가 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씁쓸합니다. 주인을 잘 지켜주려고 하는 행동들이 '과도한 공격성'으로 평가되고, 한 사람을 따르는 본능이 '결핍된 사회성'으로 매도되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진돗개의 본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아이들이 많은 사람들과 친구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견주가 정말 멋지게 리더로 자리 잡아서 진돗개가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잘 돌보며, 진돗개 자신도 행복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대한이와 민국이가 애초부터 경찰견으로는 적합치 않았을지 모르겠으나, 누군가의 가정에 입양되었더라면 낙오한 훈련견이 아닌 사랑받는 반려견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평생 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슬퍼지는 금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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